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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지금도 나는 한 장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그 사진이 또렷이 떠오릅니다.
색상이 누렇게 바랜 사진 속에는
한 여인이 여자아이를 업고 손에는 태극기를 들고 서 있습니다.
내 고향 안주의 시장 어디선가 찍었을 사진입니다.
그 여인의 표정은 무척 상기되어 있고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표정입니다.
1919년 3월 초하루
조원모 외할머니가 어릴 적 홍순애 어머니를 업고
만세운동에 참가한 모습입니다.

나는 같은 모습의 또 다른 장면을 떠올려 봅니다.
1945년 8월 15일
조원모 외할머니가 나를 업고
손에는 역시 태극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입니다.
얼굴은 희열에 넘쳐
누구라도 만나 얼싸안고 싶은 표정입니다.

나라를 잃고 비분강개하는 모습과
나라를 되찾아 뛸 듯이 기뻐하는 표정은 지극히 대조적입니다.
나는 이 두 장면을 평생 기억하며 살아왔습니다.
어찌 보면 이 장면은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삶의 디딤돌이요 이정표였습니다.

내가 겨우 말을 알아들을 적부터
‘너의 아버지는 하나님이다’라고 말씀하시던 외할머니는
나의 근본과 정체성을 일깨워주셨던 신앙의 모토였습니다.
나라를 잃고 비분강개하는 외할머니의 모습은
내가 찾아야 할 나라의 표상이자 해방시켜드려야 할
또 다른 하나님이었습니다.
해방을 맞아 만면의 웃음 띤 외할머니는
내가 장차 맞이해야 할
하늘부모님의 또 다른 표상이었습니다.

2020년 1월

제2부 『평화의 어머니』 소감 창작시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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