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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일화

구 성 : 이 길 연 (시인)


천정궁에 계신 하루 동안
“오늘은 엄마하고 겸상을 하고 싶다.”
항상 내가 옆에 앉아 식사를 했는데
마주 앉아 얼굴 보며 식사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진지는 드시지 않고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아버님의 마음속에 내 얼굴을 새기는 것 같았습니다.
속으로는 울음이 솟구쳤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로 나는 이것저것 드시라며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고 권해드렸습니다.

천정궁의 이곳저곳 둘러보시겠다고
분주히 재촉하셨습니다.
그날은 유독 태양 빛이 강했습니다.
그 따가운 햇볕 받으며
한 키도 넘는 커다란 산소통 들고 다녀야 하면서도
천정궁 한 바퀴 도시고
산 아래 청심중고등학교와 생태공원을 들러
청심월드센터와 수련원까지
한 바퀴 둘러보고 오셨습니다.

천정궁 거실에 드시어
녹음기를 직접 손에 들고
거실에서 안방에서 청심병원 가실 때까지
세 번씩이나 똑같이 ‘다 이루었다 다 이루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기도하셨습니다.

내 손을 잡고 “엄마 고마워! 엄마 잘 부탁해!”
“엄마의 무릎에 눕고 싶다.”며
쪽잠을 주무시기도 하셨습니다.
아기가 엄마를 필요로 하고 의지하듯이

아버님 떠나시기 전
한 편의 일화입니다.

제2부 『평화의 어머니』 소감 창작시

한편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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