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경찰부
구 성 : 이 길 연
1.
신혼집에 느닷없이
일본경찰이 들이 닥쳤습니다.
공산주의자로 잡혀간 친구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왔다며
경기도 경찰부로 끌려갔습니다.
끌려간 나는 다짜고짜 고문부터 당했습니다.
“네 놈은 공산당 맞지?
일본 유학 시절에 그 자식하고 같이 일했잖아?
네가 아무리 우겨봐야 소용없다.
공연히 개죽음 당하지 말고
친구들 이름을 대라.”
책상다리 네 개가 다 부서지도록 맞았습니다.
징을 박은 군화발로
몸을 사정없이 짓이긴 후
죽은 듯이 축 늘어지면 천정에 매달렸습니다.
정육점의 고깃덩이처럼
막대기로 미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렸습니다.
2.
입에서 시뻘건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시멘트 바닥을 적셨습니다.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고
그럴 때마다 찬물 양동이 뒤집어쓰고
정신이 들면 다시금 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코를 잡은 뒤
양은 주전자 입 속에 넣은 채
무한정 물을 먹였습니다.
개구리처럼 부풀어 오르면
다시 군화발로 배를 짓이겼습니다.
식도를 타고 넘어온 물을 사정없이 토하고 나면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이면 식도가 타들어 가듯 아파
국물 한 모금 넘기지 못하고
기운 없이 맨바닥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3.
고문하다 지친 일본경찰이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불러왔습니다.
다리가 풀려 제대로 서지도 못하던 나는
경찰관들에게 양 팔을 끼운 채
면회실까지 겨우 끌려 나갔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보기도 전에
이미 눈가가 짓물러 있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어머니!’ 하며
같이 끌어안고 펑펑 울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를 면회시켜 주는
일본경찰의 속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차마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죽지 말고 살아서 버텨 달라.’는 어머니 말씀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퉁퉁 부은 눈을
깜빡이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힘겹게 깜빡이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